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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시대 충신 유자광 <39>

기사승인 2024.04.19  02: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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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시애의 난 <1>

자광이 이시애의 반란 소식을 듣고 한양으로 올라 왔을 때는 귀성군 이준의 토벌군이 출동한 다음이었다.

그러나 여진족까지 끌어들여 저항하는 이시애의 반란군에 토벌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시애의 반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몇 차례 함길도로 달려가 관군과 반군의 진영을 돌아 본 자광이 하루는 목욕재계하고 북쪽을 향해 세 번 절한 다음에 상감께 올리는 상소문을 썼다.

“신이 남원에서 이시애의 일을 늦게 듣고 들고 있던 밥숟가락을 내던지고 한양으로 달려 오느라 징병하는 문권에 신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신은 본디 궁을 지키는 갑사로 말을 준비하여 놓고 출정하라는 영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날짜를 정하여 출정하라는 영이 없어 밤으로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국가가 사방에 계엄을 내리고 팔도의 병사를 징발한 연후에야 일개 이시애를 토평할 수 있는가? 하고 한탄하였습니다.”

자광은 조선의 현상황과 뛰어난 장수와 병사를 몇 차례나 보내도 이시애의 목을 베지 못하는 것을 개탄하고, 만약 서둘러 이시애의 목을 베지 않으면 이시애가 더욱 방자한 흉적이 되어 상감의 고뇌를 깊게 할 것을 염려하였다.

또한 ‘이시애가 더욱 극악하여져 고을을 불사르고 불사른 고을의 병장기를 획득하고, 이르는 곳의 병졸들을 끌어 들이고, 흉적의 힘을 믿고 관병들이 도망하여 그 수하로 들어 간다면 함길도의 국난을 당할 자가 없을 것이니, 전하의 근심이 어찌 없겠느냐’고 썼다.

자광이 잠시 생각하다가 계속하여 상소문을 써 내려 갔다.

“신이 망령되이 이르거니와 이제 장수가 된 자들은 부귀를 누리지 않은 자들이 없는데, 죽고 사는 것을 두려워하여 진격하지 않으며,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형편입니다. 또한 서로 말하기를 이제 여름을 당하여 활의 힘이 해이하기 쉽고, 빗물이 바야흐로 계곡을 막으며, 산천이 험하여지고 수풀이 무성하니, 경솔하게 진격할 수 없으며, 또 경솔하게 싸울 수도 없다고 하였다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신이 달리는 알지 못합니다만, 우리만 홀로 여름을 당하고, 이시애는 홀로 당하지 않으며, 우리만 홀로 활의 힘이 약해지고, 이시애는 홀로 그렇지 않으며, 우리만 홀로 빗물에 막히고, 이시애는 막히지 않으며, 우리만 홀로 산천이 험하고, 이시애는 험하지 않겠습니까? 비유하건대 두 마리의 쥐가 굴 속에서 싸우면 힘 있는 쥐가 이기게 되어 있는 법입니다. 전하께서는 어찌 급하게 장수로 하여금 날을 정하여 싸워 피해가 적을 때에 막지 않으십니까? 손무는 말하기를 ‘병법은 졸속함은 들었어도 공교하게 오해하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고 하여 옛사람의 용병은 인의로써 몸을 삼고, 권술로써 용을 삼으며, 더욱 귀중하게 여기는 자는 신속하게 하는 것 뿐입니다. 이제 장수가 게으름을 피우며 진격하지 않은 것을 신은 그것이 옳은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공자가 이르기를 ‘사람의 말을 함부로 폐기하지 말라’고 하였으니, 전하께서는 신이 미천하다 하여 소신의 말을 폐하지 말으소서. 신은 비록 미천하지만 반란의 한 모퉁이에 서서라도 싸움을 하여 이시애의 머리를 베어 바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그것은 일테면 자광이 상감에게 스스로를 추천하는 자천의 글인 셈이었다.

자광의 상소를 읽은 상감이 수려한 문장과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며 윤필상을 불러 읽게 한 다음 물었다.

“유자광이 누구인가?”

이미 도승지를 통하여 유자광이 상소를 올렸다는 말을 들었던 윤필상이 미리 조사한 것을 아뢰었다.

“유자광은 전 경주부윤 유규의 얼자로 지금은 건춘문의 갑사로 있습니다. 소문에 듣기로는 하루에 5백리를 걷고 무예에 능하다고 합니다. 학문의 깊이 또한 당할 자가 없다고 합니다.”

“짐이 보기에도 유자광이 보통 인물은 아닌 것 같소. 내가 불러 시험해 보고 장차 임용하여 쓸 것이요.”

상감께 상소를 올려 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자광에게 궐에서 내관이 나온 것은 사흘만이었다.

건춘문에서 문지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대가 유자광인가?”

내관이 물었다.

“예, 제가 유자광입니다.”

“가세, 상감께서 부르시네.”

순간 자광의 뇌리로 강렬한 한 줄기의 빛이 스쳐갔다.

‘상감께서 내 상소를 읽으셨구나. 내가 기다리던 때가 드디어 온 것인가?’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남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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