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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자광 <38>

기사승인 2024.04.03  22: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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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양으로 <10>

사흘후에 자광은 양돌석의 집에 있었다.

“형님, 저 자광입니다.”

양돌석과는 번을 서지 않을 때는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자네, 어찌 벌써 왔는가?”

“벌써 오다니요? 많이 늦었지요.”

“아니, 이 사람아. 운구를 하고 갔었지 않은가? 허면 내려가는데 최소한 스무날은 걸렸을 것이고, 장례를 치루고 삼우제를 지내려면 또 닷새는 걸릴 것인데, 그렇다면 자네는 지금 남원에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사흘 전에 삼우제를 모셨습니다. 이시애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한 달음에 달려오는 길입니다.”

“자네 집 말이 명마인 것은 분명하군. 사흘만에 한양엘 오는 것을 보면.”

자광이 말을 타고 온 것이 아니라 걸어왔다고 하려다가 그러면 또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말머리를 돌렸다.

“형님, 이시애가 정말 반란을 일으켰습니까?”

“그렇다네. 자네가 막 남원으로 떠났을 때 그 소식이 한양에 당도했다네.”

“이시애는 어떤 사람입니까?”

“한마디로 함길도를 다스리던 호족이었지. 조선에는 각 지방마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지방을 다스리던 호족이 있었네. 관찰사야 중앙에서 보냈지만 부사 정도는 그 지방 출신으로 채웠지. 그러다 보니까 지방마다 호족의 힘이 막강해 졌고, 그걸 경계한 현재의 상감이 지역출신의 관리임명을 제한하였다네. 가령 함길도같은 경우 대부분의 벼슬자리를 북도출신의 호족들이 담당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북도 출신 수령의 임명을 제한하고, 중앙에서 관리를 파견하여 지방유지들의 자치기구인 유향소를 철저하게 감독하게 하였다네. 그러다 보니까 지역 유지들의 불만이 커졌고, 회령부사를 지내다가 상을 당하여 관직을 사직하고 초야에 묻혀 있던 이시애가 여러 사람들의 불만이 있는 것을 알고 아우 시합과 매부 이명효를 꼬드겨서 반란을 일으켰다네.”

자광은 양돌석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애. 시합 형제와 매부라면 겨우 세 명이 아닌가? 세 명이 어찌 반란을 일으키고 한양의 궁궐을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

자광이 양돌석과 헤어져 나름대로 이시애의 반란을 집중적으로 수소문한 결과 머리 속에 그럴듯한 그림 한 점이 그려졌다.

 

어머니의 삼년상을 마치고 현직에 복귀하려던 이시애는 북도출신을 북도의 관리로 임명하는 것을 금한다는 것 때문에 관직으로의 복귀가 힘들어진 것을 알고 크게 분노했다. 따지고 보면 이시애가 회령부사라도 했던 것은 집안이 북쪽의 호족 중에서도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시애의 집에는 노복과 사병이 수십명이었다.

이시애가 동생 시합과 매부 이명효를 불러들여 분개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오늘 유향소에 갔더니, 한양 놈들이 내 벼슬을 가로막고 있더구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형님. 대대로 물려 받은 벼슬길에 나갈 수가 없다니요? 이것은 한양 놈들의 횡포입니다.”

“안 되겠다. 한양놈들이 우리를 무시하면 우리도 한양놈들을 무시하면 그만이다. 집안의 사병들과 하다못해 몽둥이라도 들 수 있는 사내는 다 불러 들이거라.”

그렇게 일백 여명을 모은 이시애가 앞에 나서 소리를 질렀다.

“함길도의 절도사와 각 진을 지키는 장수들이 반란을 음모하고 있다. 그들을 죽여야 함길도 사람들이 살 수 있다.”

어차피 모두가 이시애 집안의 사병이거나 노복들이었다.

주인이 선동하는데 안 따를 수도 없었다.

“와, 와. 절도사 강효문을 죽이자.”

“길주목사 설징신이도 한양에서 내려 온 놈이다. 죽이자.”

이시애가 앞장을 서서 강효문과 설징신을 죽이고, 또 다시 백성들을 선동하고 나섰다.

“방금 남쪽의 군대가 바다와 육지를 통하여 쳐올라와서 함길도 백성들을 다 죽이려하고 있다. 앉아서 죽느니, 서서 싸우자.”

한번 피를 본 사람은 쉽게 흥분하기 마련이었다.

함길도 병사들과 백성들이 유향소를 중심으로 들고 일어나 타지에서 부임해 온 크고 작은 고을의 수령들을 무자비하게 살해 하였다.

그러는 한편 한양에는 병마절도사 강효문이 한양의 한명회. 신숙주 등과 결탁하여 함길도 병사를 이끌고 한양으로 쳐들어가 모반을 꾀하려하여 제압하였으니, 앞으로는 함길도 출신 인사로 수령을 삼아야할 것이라는 상소를 올렸다.

이시애의 상소에 속은 상감이 당장에 한명회와 신숙주를 하옥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시애로서는 임금과 조정대신을 이간시키는 전술을 쓴 셈이었는데, 얄팍한 수작이 오래갈 수는 없었다.

임금은 한명회와 신숙주가 무고함을 알고 사흘도 못 되어 풀어준 다음 귀성군 이준을 병마도총사로 삼아 토벌군을 출동 시켰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남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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