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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자광 <24>

기사승인 2022.11.25  02: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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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운명의 굴레를 벗기 위하여

하루는 무애가 말했다.

-자광아, 내가 반야봉에 다녀올 일이 있구나.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아니다. 너는 잣나무에 올라가 잣이나 따놓거라.

그렇게 무애가 반야봉을 향해 떠나고 난 다음이었다.

자광의 뇌리에서 문득 장난기가 솟아났다.

‘스승님의 뒤나 밟아볼까?’

그 무렵 자광은 자신의 걸음이 스승보다 빠르다고 믿고 있었다. 송림사에서 통천문을 오는 동안 뒤를 따르다 보면 바람처럼 가벼운 스승의 발걸음이 갑갑하다고 느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무들이 휙휙 지나갈 만큼 빠른 걸음이었지만, 자광은 자신이 앞장을 서고 싶을 때가 여러번이었다.

한 그루의 잣나무에서 잣송이를 다 따내린 자광이 반야봉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보통 걸음으로 걷다가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통천문에서 반야봉까지 가는 길은 중간에서 갈렸다가 나중에 하나로 합쳐지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

갈림길에서 스승은 늘 오른쪽 길을 택했다.

오른쪽은 평탄하지만 거리가 멀었고, 왼 쪽 길은 거리는 가깝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했다.

갈림길에서 자광은 망설임도 없이 왼쪽 길을 택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구별이 없는 자광이었다.

평지를 달리듯이 달려 자광이 반야봉 정상에 도착했을 때 스승 무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한 내일 쯤 자광에게 가져오라고 시킬 어떤 물건도 없었다.

자광이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한식경이나 기다렸을 때였다.

풀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스승의 주장자가 머리통을 향해 힘차게 내려왔다.

주장자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자광이 앉은 채로 풀쩍 뛰어 올라 두어 걸음 옆으로 피했다.

-허허, 요놈 봐라. 가부좌로 몸을 날려?

무애의 주장자가 다시 한번 날아 오다가 흠칫 멈추었다.

-왜 아니 치십니까? 이번에는 맞으려고 했는데요.

-네 눈빛을 보니 그럴 것 같아 그만 두었니라. 그동안 네가 내 밑에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구나. 잣은 다 따고 왔느냐?

-예, 스승님.

-나보다 한 식경을 늦게 출발하고서도 나보다 한 식경을 먼저 오다니. 진즉부터 네 걸음이 나보다 빠른 것은 알고 있었니라. 그만하면 진검을 쥐어도 되겠구나.

진검을 들었다고 검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무애의 가르침도 마찬가지였다.

“검과 하나가 되어라. 네가 검을 움직이지 말고 검의 움직임에 너를 맡기거라. 움직임 하나하나가 무심이어야 한다. 무엇을 베겠다는 욕심도, 무엇을 찌르겠다는 욕심도 버리거라. 검날에 욕심이 들어가면 검끝이 흩으러지니라.”

그러나 그 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검과 하나가 되는 것도, 검 날에 욕심을 싣지 않은 일도 어려웠다.

그렇게 두 해가 지났을 때 자광은 검에서 무심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남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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