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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은 뜨거운 슬픈 민들레야

기사승인 2024.11.27  02: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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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을 여는 창/ 수필가 서호련

 

 

 

 

 

 

찬바람 부는 해질 무렵, 퇴근길 보도 한편에 피어있는 노란 꽃 몇 송이를 보았습니다. 무릎을 꾸부린 채 꽃을 내려다봅니다. 어-, 난쟁이 민들레..., 움츠리며 떨고 있는 난쟁이 민들레였습니다. 보도블록 틈에서 올라오기도 하고 계단의 갈라진 사이로도 피어나는 꽃, 땅 속으로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강인한 생명력들입니다. 나라 전역에서 흔히 보이는 노란 꽃 하얀 꽃, 봄이 아니어도 시도 때도 없이 피어나서 조금은 싸 보이는 꽃이지만 그러나 놀랍게도 그의 꽃말이 <감사와 행복> 이라네요.

그런데 어쩌다가 이 꽃이 감사와 행복이라는 꽃말을 갖게 되었을까요?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노아가 방주를 띄웠던 시절, 세상이 물에 잠겨 땅위의 동식물은 모두 도망을 갔지만 뿌리를 깊게 땅에 박고 사는 이 꽃은 도저히 물을 피할 길이 없었답니다. 민들레는 너무 무서워 그만 머리가 새어 버렸다고 해요. 물이 턱까지 차오르자 민들레는 하나님께 간곡한 기도를 드렸어요. “하나님, 너무 무서워요. 목숨만 살려주세요.” 하나님은 이 조그만 꽃이 가여운 생각이 드셔서 바람을 일으켜 깃털에 붙은 씨앗을 하늘로 날려 보냈고 그 씨앗은 노아의 방주에 올라 탈수 있어 살아났다지요. 민들레는 하나님의 은혜에 깊이 감사하면서 봄이 오면 행복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밝게 웃는답니다. 그래서 ‘행복과 감사’가 그의 꽃말이 되었다지요. 보기와는 달리 넉넉한 꽃말입니다.

어느 가요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처음만나 맺은 마음 일편단심 민들레야... 너는 한 떨기 슬픈 민들레.> 일편단심 민들레란 말은 그 뿌리가 곧고 깊이 내리기 때문에 나온 말이랍니다. 어느 설에는 민들레의 꽃말이 행복 감사 외에도 “사랑의 신”, “불사신” 이란 말도 있다고 합니다. 정말 기이한 일입니다. 흔하고 흔한, 하찮고 하찮은, 별 볼일 없는 들꽃에 이런 최고 최상의 이름이 주어졌다니! 뭇 신발에 짓밟혀 다 죽은 듯 겨울을 지내다 새봄엔 “불사신”처럼 다시 얼굴을 내미는 민들레,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우리 민족들과 흡사하지 않습니까. 사랑은 죽지 아니하고 영원하다더니 민들레는 가히 “사랑의 신” 과도 같습니다. 그가 이런 강인하고도 일편단심의 절개를 가졌다는 말을 들으니 난쟁이들의 모습이 더없이 대견스럽고 친근감이 듭니다.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상에서 본 민들레의 효능은, 흔히 볼 수 있는 야생초이지만 오랜 세월동안 민간요법을 통하여 우리 민초들의 건강 지킴이가 되어준 천연 한방 생약 재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민들레는 하늘이 우리 민족에게 주신 선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는 지금까지 시(詩)라고는 써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습니다. 내 인생 처음으로 시 한 수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슴은 뜨거운 슬픈 민들레야>라는 제목을 붙였지요.

 

초겨울 저녁 스산한 보도 한 구석, 오순도순 한 무더기 잡초 같은 꽃들이 피었습니다.

어-난쟁이 민들레네. 종(種)이 작아서인지 블록 사이에 끼어 영양실조가 되었는지 별 사탕 같이 쪼그만 애들이었습니다.

어느 산야 어느 골짜기에 흩날려 떨어져도 곧 뿌리내리고 꽃망울 내미는 노란 민들레, 하얀 민들레.

밟아도 죽지 아니하고 무서리가 내려도 스러지지 아니하는 우리의 민초들.

짓밟혀 거의 뿌리만 남더라도 다시 솟아올라 꽃을 피우는 민들레의 억척스러움이 우리민족의 자화상이 아닐까요.

끈기와 강인함, 일편단심의 절개, 그리고 뜨거운 가슴, 어찌도 그리 우리민초들의 질긴 생명력과 닮았는지요.

주말 저녁 다시 그곳을 찾았습니다.

두어 그루 꼬맹이들이 서로 가슴을 보듬고 잠이 들었더군요.

별 지붕 가로등 불빛아래 검부랭이 홑이불만가지고 이 긴 긴 겨울 어찌 나려는지.

아- 슬픈 민들레야, 뜨거운 가슴들 꼭 부여안고 밟히지 말고 얼지 아니하고 새봄 올 때까지 잘 견데 거라.

이제 조금 있으면 온 지구촌이 한류 민들레로 만발하는 날이 오리니, 그날은 너의 맺힌 슬픈 한도 풀릴 날이 될 것이야.

 

(참고; 기록에 의하면 민들레의 원산지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으로 이미 10세기경부터 약용 식물로 사용되었다. 특히 토종야생의 하얀꽃 민들레가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2021 한국영양학회지 및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서와 다수의 한방병원의 자료에 의한 하얀 민들레의 중요 효능은 다음과 같다.

1.면역력강화-강력한 항바이러스, 2.고혈압 동맥경화, 담집분비 등 심혈관 개선, 3.지방간 형성방지 등 간 기능 개선, 4.변비개선, 5.염증완화- 활성산소제거, 6.당뇨예방, 7.눈 건강 증진-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 백내장 녹내장등 예방, 8.기침 감기 독감 예방등 기관지보호, 9.해열작용, 10.심신안정-혈액순환을 통해-몸 전체를 진정, 11.골다공증 예방, 골밀도 증가 등 뼈 건강 증진, 12.노화예방-풍부한 항산화 성분에 의한 활성산소감소, 13.피부건강 증진-살균 살충효과로 인한 감염 예방 등이다.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남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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