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회 춘향제가 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남원시는 올해 춘향제에 117만명의 방문객이 행사장을 찾아 역대 춘향제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민사회 일부에서는 과도한 예산집행과 가수공연 등에 치우친 이벤트가 많아 춘향제 고유의 정체성이 애매모호해졌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남원뉴스는 남원시가 밝힌 춘향제 결산 내용과 문제점으로 대두된 시민사회 지적들을 정리해 향후 춘향제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편집자 주>
■성과
올해 글로벌 축제로 도약, K-컬쳐 중심으로 우뚝
섬세하고 철저한 준비로 역대 최대 117만명 찾으며 춘향제 새 역사 써
어린이, MZ세대, 중장년 및 시니어 등 모든 세대가 즐기는 기획력 돋보여
논란의 바가지요금 근절 2024 춘향제, 시작부터 시민들과 함께 치밀하게 준비
효율적인 공간운영 통해 문화‧예술 등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조화
남원시는 국내 대표 공연예술축제인 제94회 남원 춘향제에 117만여명이 다녀가 화제성 뿐 만 아니라 흥행까지 대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남원시와 춘향제전위는 한국평가데이터(주)에서 조사한 ‘제 94회 춘향제 방문객 수’ 집계 결과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총 7일간 1,173,762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 93회 춘향제 방문객 수(40만)에 비해 약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역대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제94회 남원 춘향제의 성공요인에 대해 시는 △남원시민과 행정력이 대동단결하며 철저한 사전준비와 전략적인 기획력으로 춘향제의 정체성을 확립, 글로벌 춘향제로써 확장성을 보여준 점, △어린이부터 MZ세대, 시니어 등 다양한 세대, 다양한 국가가 참여할 수 있는 만족할 만한 기획프로그램 ‘전진배치’, △특히 ‘바가지요금 없는 먹거리존 운영’ 등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 남원시민과 행정력의 대동단결이 남원 춘향제 성공 저력으로 작용, 예전의 춘향제 명성 되찾았다.
제94회 남원 춘향제의 첫 번째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남원 시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지난해 ‘빛’에 이어 올해 ‘컬러’, 내년 춘향제 ‘소리’까지 100회를 맞이할 ‘춘향제’의 방향성을 놓고, 수많은 고민과 전략적인 기획력까지 겸비한 행정력이 투입되면서, 올해 ‘세계화’와 ‘참여’코드로 모두가 ‘축제 메이커스’로써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춘향제를 성공적으로 견인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시는 전국 1,100개 지역축제 중에 ‘춘향제’만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컬러’를 주제로, ‘한복’을 입고 모두 춘향전의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춘향무도회’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게다가 ‘발광난장 대동길놀이’와 같은 대규모 거리 퍼레이드 공연에 남원의 23개 읍면동에서 시민이 직접 참여해 흥겨운 댄스행렬로 관광객과 하나가 되는 진풍경을 자아내는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판’을 만든 점도 돋보였다. 그야말로, 남원 춘향제에서는 참여자·관광객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 어린이부터 MZ세대, 시니어 등 전 세대가 만족할 만한 기획프로그래밍
남원 춘향제는 오랜 역사와 함께 전통공연예술이 기본적인 근간이 되다 보니 그간 중장년층, 시니어 세대가 더 즐겨 찾아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점을 탈피하기 위해 올해 춘향제에서는 어린이와 함께 찾아오는 가족, MZ세대라 일컫는 젊은 세대들을 끌어 당길만한 프로그램들을 전면배치, 축제를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이를 위해 남원시와 춘향제전위는 올해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융합· 진화한 글로벌 프로그램 개발, △맛있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먹거리존 운영, △효율적인 공간 운영으로 어린이, 젊은 세대뿐 아니라 전 세대가 축제를 즐겁게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일례로,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융합·진화한 글로벌 프로그램 개발부분에 있어서는 K-콘텐츠 열풍으로 고전소설,<춘향전>에 많은 관심을 가진 점을 주목, 올해는 ‘춘향다움’의 가치를 지닌 외국인도 지원할 수 있도록 ‘글로벌 춘향선발대회’를 개최해 해외 및 젊은 세대들의 관심도를 높였다.
한마디로 춘향제의 확장성을 위해 ‘춘향선발대회’와 같은 ‘춘향’을 기반으로 진화해온 대표프로그램을 국내를 넘어 국외로 외연을 넓히면서 그야말로 글로벌 춘향제로써, K-컬쳐 중심의 춘향제의 잠재력을 재 입증시킨 것이다.
또 ‘제1회 남원세계축제포럼’을 개최한 것도 성과다. 국내외 축제 및 문화, 관광 전문가들이 남원 춘향제에 모여 지역축제의 진화와 혁신에 대한 주제로 축제의 발전 방향성을 모색하면서 대한민국을 넘어서 글로벌 대표 축제의 중심에 있는 남원 춘향제의 면모를 재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AI 실시간 통역이 가능해, 다국적 참여가 가능했다.
게다가 이번 춘향제에서는 중국, 일본과 몽골 등에서 찾아온 예술단의 공연도 춘향제 속 해외 문화교류의 다채로움을 선사했다.
이밖에 올해 새롭게 선보였던 대한민국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 에어쇼도 화제였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장관의 ‘에어쇼’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으며, 매일 밤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 시니어 세대 모두를 공략한 다양한 라인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콘서트 역시 남원 춘향제의 흥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 바가지요금 근절 2024 춘향제, 강력한 의지와 행정력으로 ‘바가지 요금의 성지’ 오명 벗었다.
이번 춘향제에서 신의 한 수는 ‘먹거리 부분’이었다.
지난해 뜨내기 업소에 의해 한 차례 홍역을 겪었던 남원시가 ‘바가지요금의 성지‘라고까지 오명을 썼던 춘향제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자 시작 전부터 먹거리 부스 등을 직영체제로 전환하는 등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자릿세 없는 먹거리 존을 구성하기 위해 시유지를 활용, 특히 지역 상인들에게 먹거리 부스와 농특산물·소상공인 판매 부스 126개를 직영으로 임대하면서 입점권 전매를 금지하고 모든 메뉴는 가격 중량을 표시한 정찰제로 1만원 이하로 판매한 점이 획기적이었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축제 사전준비부터, 마지막까지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관내 요식업체’ ‘숙박업체’ 의 동참 등 범시민적인 자정결의가 절대적이었다.
더불어 백종원 더본 코리아 대표와 협업을 통해 모든 세대가 좋아할 만한 메뉴 개발, 합리적인 가격 책정, 투명하고 위생적인 운영과 관리로 남원 춘향제에 대한 신뢰도 뿐 만 아니라 화제성까지 높인 부분도 호평일색이었다.
특히 바가지요금신고센터 운영과 현장 수시 점검으로 끝까지 바가지요금 근절에 노력한 결과 입소문은 물론 SNS를 통한 시식과 후기 바이럴로 젊은 관광객들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축제 기간 내내 이어졌다.
또 축제기간 동안 남원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식당, 점포 등을 방문 시 할인된 가격과 이벤트 등이 관광객들에게 제공되는 중소벤처기업부 2024 동행축제와 함께한 ‘춘향동행세일페스타’도 이어져,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 효율적인 공간운영 통해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풍성’한 축제로
이밖에 공간의 확장성을 통해 구역별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풍성한 축제로 치른 점도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메인 무대를 광한루원 내 완월정이 아닌 외부로 배치하면서 문화유적지 보존 뿐 만 아니라 용이한 동선과 안전성까지 확보하며 편한 공연 관람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올해 추가된 예루원 공연장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을 비롯해, ‘보이는 이동스튜디오–춘향제편’과 같은 정책토크도 펼쳐져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어린이들이 가장 많았던 ‘대형 에어바운스 놀이터’ 등이 설치돼있는 ‘패밀리존(사랑의광장)’역시 핫 스팟이었다. ‘길놀이존’에서는 발광난장 대동길놀이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퍼포먼스를 볼 수 있었으며, 차 없는 거리, 리플러스 무대에서는 다채로운 공연, 체험프로그램이, 게다가 요천둔치에서 진행되는 제1회 남원농·특산물 축제장, 남원의 밤을 수놓는 형형색색의 청사초롱 거리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효율적인 공간 운영이 이뤄졌다.
이렇게 제 94회 춘향제는 지난 5월 10일부터 16일까지 장장 7일간 축제의 외연과 내연을 다채롭게 확장시키며, 호평 속에 16일 폐막했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제94회 남원 춘향제가 성황리에 잘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준비성과 운영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 다양한 국가가 참여, 춘향제를 함께 즐기고, 함께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역대 최다 방문이라는 호응에 화답하기 위해서라도 ‘춘향제’가 더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95회 춘향제도 ‘소리’를 주제로 더 다채롭게 프로그래밍하고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사진·자료제공=남원시>
■ 문제점과 대안은
잘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애매모호한,
춘향제가 무슨 축제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 대두
올해 춘향제는 지난해에 비해 보다 산뜻하고 정리된 느낌을 줬다.
항상, 축제를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불철주야 고생한 공무원들과 시민사회 봉사단체 회원들의 노고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전체적인 틀에서 뭔가 부족하고 아쉽다는 생각은 기자의 판단만은 아닐 것이다.
춘향제가 지나고 나 뒤돌아보니 떠오르는 것은 경외상가 백종원의 먹거리? 메인무대 가수공연? 에어쇼? 불꽃놀이? 읍면동 길놀이?
전통 향토축제 춘향제와 관련해 무엇을 봤지? 하면 그냥 시끄럽게 행사가 끝났나 보다 하는 생각만 남는다.
▷방송무대로 귀착돼 그들만의 리그가 된 ‘춘향선발대회’
춘향제 하면 뭐니 해도 떠오르는 것이 춘향선발대회다. 그 다음이 국악인들의 판소리. 각인각색 분장의 대동길놀이, 시끄럽고 분잡한 난장 등이 뒤따른다.
남원시는 올해 춘향선발대회를 글로벌춘향선발대회로 명칭을 바꾸며 세계속에 내놓겠다고 했다. 참가자를 세계로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뭐가 달라졌나 싶다.
그들만이 접수받아 심사하고, 합숙하고, 무대공연 꾸미고, 녹화방송하고, 홍보대사 위촉하고, 축제에 참여한 남원시민이나 관광객들은 달랑 무대공연 하나만 본 것이 전부이다.
상징적 마케팅이 춘향제를 빛내고 대내외적인 이미지 구축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축제의 메인인 춘향선발대회가 전통을 이어가고 축제를 꾸미는데 있어 어떤 역할과 도움이 됐는지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하게 한다고 했는데, 역대 대회에서도 해외에서 참가하고 수상을 받은 전례가 있다.
왜 축제기간에 예비춘향들은 꽁꽁 숨어있어야 할까. 무대준비로 바쁘다는 것을 알겠지만 축제기간 동안 광한루원이든, 길놀이든, 방문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나 이벤트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공연무대에만 초점을 맞춰 대회를 치르는 것은 가진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낭비하는 꼴이다.
▷먹거리, 세대와 향토축제란 점에도 관심 둬야
올해 춘향제에서 가장 히트 친 것을 고르라면 모두 착한가격과 백종원의 먹거리일 것이다.
젊은 세대나 현대적인 감각에 어울리고 백종원이라는 네임에 큰 반응을 이끌어 냈다.
호평을 각색하고 싶지 않지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고령화된 세대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60대 이상 선배세대에게는 다소 접근성에 불편함을 주고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시각이 다를 수 있으니 착한가격에만 매몰되지 말고 적절한 조화도 생각해볼 점이다.
▷대동길놀이, 중심행사로 가능성 높아
대동길놀이는 과거 춘향제의 메인 행사였다. 구름 같은 관중은 구 역전 신작로를 지나가는 길놀이 퍼레이드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이번 춘향제 길놀이는 가장 호평하고 싶은 대목이다. 각 읍면동에 조금 강제적인 참여를 이끌었지만, 참여자들의 자긍심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칭찬일색이다. 내용면에서 어설픈 점도 눈에 띄지만 시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로는 제격이다.
그동안은 인구가 감소하고 시대가 변해 참여와 관심이 뒤떨어졌지만, 소규모라도 각 학교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참여가 늘어나고 각자의 개성이 춘향전의 줄거리를 풀어낸다며 축제를 더욱 알차게 꾸밀 것으로 보인다.
▷현대적 가수 전용무대, 투자대비 생산성 높을까.
시와 제전위는 광한루원 앞 메인무데에서 7일 동안 초청가수 무대를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인기가수 초청 가요축제 인지 홍대앞 거리축제 인지 알 수가 없다는 푸념이 들렸다.
축제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는 물론 유명가수 초청 공연무대가 틀림없이 필요하다. 하지만 춘향제가 전통문화예술축제라는 것을 감안하면, 초청가수 무대 비중이 높아가는 것은 춘향제라는 정체성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시나 제전위는 왜 한사코 각설이나 품바 공연 같은 무대를 외면하는 것일까. 먹거리와 볼거리에 간련된 것이기도 하지만 고령화된 세대, 주변이 모두 도농복합도시라는 점, 춘향제가 전통향토축제로 발전해 왔다는 점 등을 감안하며 또 다시 정체성과 연계시키지 않을 수 없다.
뭔가 간질간질 하듯, 춘향제만의 고유의 맛이 자꾸 없어져 간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한복을 입자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춘향제라는 고유한 맛에 어울리는 이벤트다. 춘향제에 색깔을 입힌다고 한다면 이도 어울린다.
가수중심 공연무대, 좀 더 따져볼 일이다.
▷체험부스 공간배치, 의심스런 행사시설 점검해야
행사장 배치나 체험부스 조성에 문제점으로 대두된 것이 피그닉존이다. 승사교 아래 고수부지에 조성된 피크닉존은 이용객이나 활용도 면에서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낭비다.
승월대 아래에 조성된 남원홍보관도 관광객 이동 동선과는 동떨어진 곳에 조성돼 이용객들이 크게 저조했다. 행사장 곳곳의 체험·홍보 부스도 기능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메인무대 시설에 대한 부실 지적과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품질이 하락돼 보이는 불꽃놀이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후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축제기간 서로 감내해야 할 부분이지만 교통 불편에 대한 시민사회 지적도 시와 제전위는 꼼꼼하게 점검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축제기간 동안 117만여명의 방문객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데이터가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함이 크다. 행사피크인 주말에 50만여명이 남원을 방문했다면 남원시내가 마비됐을 거라는 것은 누구나가 짐작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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