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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시대 충신 유자광 <33>

기사승인 2023.09.15  01: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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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양으로 <5>

그때 주모가 손님 수에 맞게 장국밥과 탁배기를 가져왔다.

“자광이 자네는 몇 살인가?”

“스물 다섯입니다.”

“헌데, 따로 무술을 익힌 적이 있는가?”

양돌석의 물음에 자광이 잠시 궁리에 잠겼다.

‘무슨 대답을 해줄까? 곧이 곧대로 칼과 창, 활에 능하며 걸음은 하루에 오백리를 걸을 만큼 빠르다고 대답해 줄까? 말을 타면 사람이 말의 몸놀림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말을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하면 믿을까?’

자광이 대답했다.

“오다가다 눈대중으로 익혔지요.”

“자네한테서는 특별한 기운이 느껴졌다네,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내가 출신이 미천하여 겨우 문지기 노릇 밖에 못하지만 나도 한 때는 무예를 익히겠다고 충청도 계룡산까지 기웃거린 적이 있다네.”

“그러셨습니까?”

“헌데 자네와 씨름을 하겠다고 몸을 맞대고 샅바를 잡는 순간 알 수 없는 기운이 내 힘을 빼놓더라는 말일세.”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계룡산까지 다녀 오셨다면 양수장님의 무예가 어느 경지인가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계룡산의 정기가 좋아 유난히 도를 닦는 도인이며 무예를 익히는 무인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야, 물론이지. 어디 그 뿐인가? 화적들도 많다네.”

양돌석의 말에 자광의 뇌리로 계룡산에서 만났던 몇 몇 도적떼들이 떠올랐다. 한결같이 세상에서 선량한 백성노릇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 산으로 숨어든 사내들이었다.

큰 도둑은 산 밖에 있었고, 산 속의 도둑은 먹고 살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작은 도둑일 뿐이었다.

‘그런 세상을 바꾸어 보리라.’

마음은 간절했지만 자광에게는 조선을 바꿀 방법이 없었다.

조선을 움직이는 것은 임금이었고, 3정승 6판서를 비롯한 벼슬아치들이었다. 하다못해 채 1천도 못 되는 백성들을 다스리는 말단벼슬아치인 현감들의 세상이었다.

조선은 양반들의 나라였고, 벼슬아치들의 나라였다.

백성들은 양민이건 상민이건 천민이건 양반과 벼슬아치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밥일 뿐이었다.

‘어떻게든 벼슬자리로 들어가자. 문인이 되었건 무인이 되었건 내 힘을 펼칠 수 있는 내 자리를 찾아보자.’

자광이 궁리하고 또 궁리했지만 그런 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작은 현의 현감노릇을 하자해도 과거를 보아야 했다. 아니면 높은 벼슬아치가 뒤를 밀어 주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양반이어야 가능한 일이었지, 자광처럼 얼자라는 굴레를 쓰고 있으면 해당이 안 되었다.

얼자가 설 수 있는 벼슬자리는 없었다.

그런데 건춘문의 번수 수장이라는 양돌석이 번수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나서지 않은가? 물론 번수가 벼슬은 아니었으므로 자광의 신분에서도 한 자리 차지할 수는 있었다.

자광이 앙돌석의 말에 깊은 고뇌도 없이 고맙다고 대꾸한 것은 우선은 그 자리라도 들어가 한양에서 뿌리를 내려 보자는 생각이었다.

다음날이었다.

이번수가 자광이 머물고 있는 주막으로 찾아와 말했다.

“자네 일이 잘된 모양일세. 돌석이 형님이 부르시네.”

그렇게 자광은 건춘문 갑사가 되어 가죽의 미늘을 붙여 만든 갑옷을 입고 하루 걸러 한번씩 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남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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