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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누른대 출신 조선시대 충신 유자광 <30>

기사승인 2023.05.17  23: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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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양으로 <2>

다음날부터 자광은 할 일도 없이 한양시내를 떠돌아 다녔다.

운종가를 지날 때였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원을 그리고 서서 와와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니, 한바탕 씨름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재미있겠다, 싶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제일 안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슨 씨름판이요?”

자광이 옆의 사내에게 물었다.

“운종가 상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벌인 씨름판이요. 최종 승자는 상금이 백냥이라오.”

“백냥이요?"

유자광이 물었다.

백냥이라면 한양에서 몇 달간은 걱정없이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자광의 주머니에는 형 자환이 넣어준 돈 닷냥이 전부였다. 그것 가지고는 허름한 방 한 칸도 얻기 힘들었다.

“관심이 있으면 도전해 보시오. 노형의 몸집도 보통이 아니구려.”

옆의 사내가 부추겼다.

씨름판은 승자승 원칙으로 이긴 사람이 계속 도전자를 맞아 올라가는 중이었는데, 이제 최고수를 뽑기 직전이었다.

한 쪽은 덩치가 우람했지만 둔해 보였고, 한쪽은 덩치는 작았지만 근육질의 허벅정갱이가 돌처럼 단단해 보였다.

‘흐, 승패는 이미 결정난 싸움이구나. 눈빛이 죽어 있어서야 어디 씨름다운 씨름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는 덩치만 믿고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 붙인 모양이다만, 저 날렵한 놈한테는 못 당하겠는 걸?’

자광이 혼자 중얼거리는데, 덩치는 작지만 근육질의 사내가 힘으로 밀어 붙이려는 덩치 큰 사내를 앞으로 휙 잡아당겨 납작 엎드린 개구리를 만들어 버렸다.

“와, 와. 우리 수장님이 이기셨다.”

말단 병졸 옷을 걸친 대 여섯 명의 사내들이 두 손을 흔들며 고함을 질렀다.

심판을 보고 있던 사내가 소리를 질렀다.

“양돌석 승이요. 도전할 의사가 있는 자는 앞으로 나서시오.”

그러자 씨름판이 쥐죽은 듯 조용해 졌다.

양돌석이 두 눈을 부릎 뜨고 구경꾼을 둘러 보았다.

옆의 사내가 자광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자광이 잠시 망설일 때였다.

옆의 사내가 고함을 질렀다.

“여기 있소. 여기 도전할 사람이 있소.”

느닷없는 고함에 근육질의 사내가 돌아 보고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옆의 사내가 찔끔 오그라 들었고, 자광이 일어섰다.

“나하고 한판 겨룹시다.”

“오냐, 어서 나오너라. 단번에 패대기를 쳐주마.”

근육질의 사내가 이죽거렸다.

“자네는 누구인가?”

심판겸 씨름판을 주관하는 사내가 물었다.

“전라도 남원에서 올라온 유자광이라는 사람이요.”

“양돌석과 유자광의 대결이요. 두 사람은 샅바를 잡으시오.”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샅바를 잡았다.

씨름의 승패는 샅바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샅바를 자기 쪽에 유리하게 잡으면 힘을 적절히 써서 이길 수 있었고, 샅바를 상대방의 힘에 밀려 느슨하게 잡으면 힘도 제대로 못 쓰고 쓰러지기 마련이었다.

자광은 샅바를 유리하게 잡을 수도 있었지만, 상대방에게 틈을 조금 주었다.

양돌석이 샅바를 바짝 끌어 당겨 잡으며 중얼거렸다.

“너 이놈, 잘못 걸렸다. 용쓰느라 힘 빼지 말고 적당한 때에 넘어가 주거라. 안 그러면 허리가 부러질 수도 있니라.”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 어떻게 할까? 시작하자마자 이겨줄까? 아니면 구경꾼들한테 재미를 좀 보여주고 이겨줄까?”

자광이 맞불을 놓았다.

심판이 두 사람의 샅바를 확인하고 ‘일어 서’ 하고 소리를 지르며 등을 툭 치자 징잡이가 징을 징 쳤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남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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