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이시애의 난 <4>
“그 쪽의 형편이 어떻던가?”
“적의 형세는 강하고 아군의 형세는 약했습니다. 또한 적은 거즌 북도 출신으로 지리에 밝은 반면 아군은 남쪽에서 올라가 지리를 익히는데도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적이 대군인 것을 믿고 자주 출몰하여 싸움을 걸어 온다는 점입니다. 자칫 적이 숲속에 숨어 버린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귀성군의 말이 함흥 이남의 백성들은 회유하여 조정에 순응하게 만들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미욱한 자들이 있어 관군을 모두 동원하여 적과 싸운다고 할 때에 자칫 후방의 백성들 가운데 반란군에 동조하는 자가 생겨 후방을 친다면 진퇴양난이 될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자광의 말에 상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귀성군이 구원병을 요청하고 있구나. 어떻소? 군사 1천 명을 구원병으로 보낸다면 군량이 부족하지는 않겠소?”
상감이 좌중을 둘러 보았다.
윤필상이 아뢰었다.
“소신이 미리 알아 본 바에 의하면 군사 1천명을 먹일 군량미는 조달할 수가 있을 것 같사옵니다.”
“그렇다면 정병 1천명을 구문신으로 하여금 거느리고 가서 귀성군을 돕도록 하오. 짐이 이번 이시애의 반란을 한양의 궁궐에 앉아서도 하루가 멀다고 들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겸사복 유자광 때문이요. 유자광에게 특별히 선략부호군을 더하고, 말과 군장을 내려 주도록 하시오.”
상감의 말에 윤필상이 허리를 굽혀 아뢰었다.
“전하의 뜻을 받들겠나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자광이 머리를 세 번 조아렸다.
그 모습을 웃으며 내려다 보던 상감이 어찰을 내려주며 말했다.
“귀성군 이준에게 이르거라. 반역도당이 함길도의 백성들을 위협하는 말로 협박하니, 반란에 가담한 자들 가운데는 가족의 안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호응하는 체하는 자들도 많을 것이다. 적당이 반란에 가담한 자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들이 이미 나와 더불어 나라의 적을 토벌하고 모든 벼슬아치들을 죽여 공이 높은데도 상을 주지 않고 도리어 반역도당이라는 이름만 얻었을 뿐이다. 이는 모두 조정의 적신들이 꾸민 일이니 상감의 자리가 편안한지의 여부를 알지 못하겠구나. 만약 내가 죽게 되면 너희들도 살 자가 없을 것이다’고 협박하였다 하니, 어쩔 수 없이 반역도당이 된 선량한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반란의 무리를 토벌해야 할 것이다, 고 전하거라. 다른 얘기는 내가 어찰에 자세히 썼다마는, 이제 구문신에게 정병 1천을 보내니, 귀성군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하게 하라. 또한 함흥 이남의 여러 고을을 군사로써 지키지 않으면 인심이 믿을 데가 없어 뜬소문이 돌까 염려가 되는구나. 함흥 이남의 모든 고을의 토병을 뽑아서 거느리고 종군하게 하고, 한양의 중앙군을 여러 고을에 남겨서 백성들의 마음을 다스리거라. 그런 다음에 군사를 써서 적당을 토벌해야 할 것이니, 만약 그렇지 않으면 뿌리가 없는 나무처지가 될 것이니라. 뿌리 없는 나무는 잎사귀가 저절로 마를 것이니,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싸움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곤경에 빠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또한 한양에서 듣기로 남이가 용감하다하니, 당상관에 임명하고 여러 장수들을 격려하노라. 그 나머지 장수들도 유능한 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니, 그대가 등급을 매겨서 올리면 즉시 상을 주겠다.”
자광이 상감의 말을 뇌리에 심는데, 상감이 덧붙여 말했다.
“유자광은 걸음이 빠르니, 전장과 한양을 오고가며 짐에게 수시로 전황을 보고하도록 하라.”
“전하의 분부 받잡겠나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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