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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시대 충신 유자광 <20>

기사승인 2022.08.12  04: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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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운명의 굴레를 벗기기 위하여

서두른다면 아침공양 시간에 맞추어 나무 한 짐을 해올 수 있을 것이었다. 조금만 더 서두른다면 천왕봉 일출을 친견할 수도 있을 만큼 이른 새벽이었다.

곳곳에서 짐승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미안하구나. 너희들의 잠을 깨워서. 허나 내 마음 안에 너희를 해칠 의도가 없으니 안심하거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무를 할만한 곳에 지게를 내려놓고 천왕봉 길로 들어섰다.

이제 막 떠오르는 그믐달이 동쪽 산 꼭대기에 걸려 있었으나 어둡지는 않았다. 바위며 나무들이 또렷이 보였다. 어제 일부러 풀이며 작은 나뭇가지들을 꾹꾹 밟아놓은 길도 잘 보였다.

자광은 밤길에 익숙했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어둠 속에 서서 잠시 기다리면 사물의 형체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천왕봉에는 무엇이 있을까? 꿈에서처럼 백호랑이가 한 마리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별이 저리 초롱초롱하니까 일출도 볼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자광의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바람처럼 휙휙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 아래에 섰다.

처음에는 정말 백호인가 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람이었다. 산발한 머리카락이 등을 덮고 있었다.

흰 무명옷을 입고 있는 사내는 자광이 헛기침을 하며 가까이 가도 돌아보지 않았다.

‘설마 저 사내가 백호는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자광이 지팡이 삼아 짚고 올라 온 지게작대기를 머리 위로 치켜 들어 얏 고함을 지르며 힘껏 내리쳤다.

순간 사내가 앉은 자세 그대로 풀쩍 뛰어올라 두어 걸음 비켜났다.

‘여긴 내가 작정하고 온 자리라구.’

자광이 중얼거리며 천왕봉의 한 가운데에 좌정을 할 때였다.

사내가 몸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눈앞에서 불이 번쩍 빛나면서 정신줄을 놓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광이 비몽사몽에서 깨어나자 백호랑이 한 마리가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니, 봉두난발의 사내가 형형한 호랑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이제야 정신이 드느냐?”

“여기가 어딥니까?”

자광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어디긴, 이놈아. 이 어르신의 집이지.”

그러나 집이랄 것도 없었다. 장정 서너명이 누우면 꽉 찰 바위굴이었다. 따로 살림살이도 없었고, 사내가 끼니를 해결할 솥단지며 그릇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네가 경주부윤을 지냈던 유규의 얼자라는 유자광이렸다?”

“얼자라는 굴레는 집에다 벗어놓고 나왔으니, 지금은 얼자가 아닙니다.”

“이놈아, 그것이 천륜이라는 것인데 벗는다고 벗어지는 것이더냐? 헌데 네 놈은 어제도 천왕봉에 다녀가지 않았느냐? 오늘은 새벽부터 웬일이었더냐?”

“백호를 만나러 왔습니다.”

“백호를?”

“꿈에 천왕봉에 앉아있는 백호를 보았습니다.”

“너도 그런 꿈을 꾸었단 말이더냐? 하면 내가 기다리던 백호가 바로 자광이 너였단 말이더냐?”

사내가 눈을 크게 뜨고 자광의 안색을 찬찬히 살폈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남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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