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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지리산친환경전기열차사업 추진 찬반 논란

기사승인 2022.08.12  03: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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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 환경·시민단체

최근 남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친환경전기열차 사업이 지난 6월 국토교통부의 위탁을 받아 철도연에서 시행하는 ‘산악용 친환경 운송시스템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돼 본격화되면서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남원뉴스는 사업추진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남원시의 입장과 사업추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환경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지면에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리산 산악열차, 무엇이 문제인가?

/지리산산악열차반대남원대책위원회(위원장 장효수)

 

1. 과연 고기리 주민들의 교통 기본권은 보장되는가?

남원시는 산악열차가 차량이 통제되는 겨울에도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산간벽지 주민들의 교통 기본권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산악열차는 산간벽지 주민들의 교통 상황을 개선시킬까요?

육모정~정령치 도로에 산악열차 궤도가 놓이면 도로는 폐지됩니다. 그때부터 육모정~정령치 구간은 산악열차만 통행할 수 있으며, 고기리 주민들 역시 산악열차만 이용해야 합니다. 비상도로를 만들겠다고는 하지만 유사시에만 활용될 뿐 일반 차량이 통행할 수는 없습니다. 산악열차가 도입되면 고기리 주민들은 시내에 장 보러 갈 때나 무거운 짐을 나를 일이 있어도 산악열차를 통해 이동한 후 버스나 택시로 갈아타야 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저녁 8시 이후에는 산악열차가 운행을 중단합니다. 따라서 저녁 8시 이후에 육모정~정령치 구간은 열차도 안 다니고 자동차도 못 다니는 텅 빈 길이 됩니다. 사고나 질병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고기리 주민들은 이 길을 이용해서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만약 성수기에 관광객이 몰려 산악열차를 만석으로 채운다면 고기리 주민은 표를 구입할 수 없습니다. 여유 좌석이 생길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주민이든 관광객이든 육모정~정령치 구간은 오직 산악열차로만 통행해야 하니까요.

과연 이런 상황을 두고 산간벽지 주민들의 교통 기본권이 개선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2. 실현 불가능한 열차 운행 계획

남원시는 지리산 산악열차가 하루에 42회 왕복 운영할 것이라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첨두시에는 약 25분마다 1대씩 출발할 예정입니다. 산악열차가 육모정을 출발해 정령치까지 도달하려면 약 38분이 걸립니다. 산악열차는 총 5대를 구입할 예정이며, 이중 4대만 운행합니다. 나머지 1대는 예비 편성입니다. 

과연 이 계획이 실현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리산 산악열차가 오르내리는 궤도는 상행선, 하행선이 나눠져 있지 않은 단선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열차가 육모정을 출발하고 나서 25분 뒤에는 두 번째 열차가 출발합니다. 최초 출발 후 38분이 지나면 첫 열차는 정령치에 도달하고 두 번째 열차는 고기삼거리를 향해 올라오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첫 열차는 정령치에서 1분 정거 후 다시 내려가야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올라오고 있는 두 번째 열차와 충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초 출발 후 50분 뒤에는 육모정에서 세 번째 열차가 출발합니다. 첫 열차는 정령치에 여전히 묶여 있는데 조금 뒤 두 번째 열차가 정령치에 도착합니다. 두 대의 열차는 정령치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세 번째 열차는 물론 네 번째 열차도 올라오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네 번째 열차가 정령치에 도착하기 전에는 앞선 열차들이 정령치에 계속 묶여 있어야만 합니다. 네 번째 열차가 출발한 뒤 25분 후에는 육모정에서 다섯 번째 열차가 출발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하행해야 할 열차들이 죄다 정령치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5분마다 1대씩 출발시키겠다는 남원시 계획은 완전히 실현 불가능합니다. 

 

3. 엉터리 경제성 평가

남원시는 지리산 산악열차의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시범사업 공모 제안서를 보면 2026년 기준으로 약 63만 명이 산악열차를 이용할 것이며, 지리산 산악열차는 이들을 모두 태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거짓입니다. 1년에 63만 명이 탄다면 하루 평균 1726명이 타는 셈입니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아침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에 13시간 운행될 예정입니다. 하루 평균 승객 1726명을 13시간으로 나누면 약 133명이 나옵니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1시간에 133명을 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지리산 산악열차는 25분마다 한 번씩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1시간에 평균 2.4회 출발하는 것입니다. 133명의 승객을 2.4회로 나누면 지리산 산악열차 1대가 태워야 하는 평균 승객 수가 나옵니다. 그 수는 약 55명입니다. 남원시는 55명의 승객을 모두 태울 수 있다고 가정하고 경제성을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지리산 산악열차의 최대 정원은 42명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리산 산악열차는 자연공원법 때문에 55명을 태울 수 없습니다. 국립공원의 공원자연보존지구에는 50명 이하의 열차 승객만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42명까지만 태울 수 있는 산악열차를 두고 55명을 태운다고 가정하여 관광 수익을 계산한 겁니다. 남원시 공모 제안서의 경제성 평가는 완전히 엉터리입니다. 

 

4. 위험한 민자유치 계획, 제2의 모노레일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남원시는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연장노선 설치를 위해 민자유치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공모 제안서를 보면 육모정~고기삼거리 구간의 궤도 설치를 위한 491억 원 규모의 민간투자가 예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2019년 용역 보고서에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의 재무성 분석이 나옵니다. 그 결과를 보면 전체 사업비 1,100억 원 가운데 1,000억 원 이상을 세금으로 지원해야 겨우 이윤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빈약한 재무성을 두고 어떤 기업이 선뜻 491억 원을 투자한단 말입니까? 모노레일 사업처럼 채무 지불보증을 하거나 손실 보상을 약속하지 않는 한 적자가 뻔한 사업에 뛰어들 기업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입니다. 그렇게 불리한 계약을 토대로 민자유치를 했다가 이윤이 발생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세금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지리산 산악열차는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습니다.

 

5. 지리산 산악열차의 자연공원법 위반 논란

​자연공원법은 지리산 내 공원자연보존지구에 50명 이상 태우는 열차를 신설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령치 인근 도로는 공원자연보존지구입니다. 하지만 남원시가 지리산 산악열차의 근거로 삼고 있는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도입을 위한 기본계획(2019)'을 보면 지리산 산악열차 정원이 82명이었습니다. 명백히 자연공원법 위반이죠. 

불법을 지적당하니까 시범사업 공모 제안서에선 최대 정원을 줄여 42명으로 변경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정원만 바뀌었을 뿐 산악열차의 설계는 조금도 변경된 것이 없습니다. 과연 82명 규모의 열차를 설계해 놓고 정원만 임의로 줄여 50명 이하로 운영한다고 하면 합법일까요? 

 

6.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위협

정부는 일찌기 280억 원을 들여 반달가슴곰 개체 복원을 시도했습니다. 그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 살고 있습니다. 산악열차 궤도는 반달가슴곰이 돌아다니는 서식지입니다. 산악열차는 강철톱니 기어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음이 꽤 큽니다.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25분마다 한 번씩 오르내리는 산악열차 때문에 반달가슴곰의 서식지가 파괴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반달가슴곰만 문제가 아닙니다. 지리산에는 40여 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합니다. 산악열차의 외부 소음은 90데시벨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의 경우 80데시벨이 넘는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생깁니다. 산악열차의 만차 중량은 54톤입니다. 강철톱니 기어로 오르내리며 54톤 중량이 발생시키는 진동 또한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런 산악열차가 어찌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7. 산악열차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형편없이 낮습니다. 

남원시는 지리산 산악열차를 미래의 백년 먹거리라고 홍보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거짓일 것입니다. 전라북도가 수억 원을 들여 작성한 용역 보고서조차 지리산 산악열차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도입을 위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 사업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지수는 0.0679%에 불과합니다. 이는 2008년~2015년 철도 예비타당성조사의 평균인 0.6120%보다 낮으며, 전체 사업 평균인 0.3210%보다도 낮습니다.

더구나 이 용역 보고서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 만들어진 겁니다. 기후위기 때문에 코로나 같은 재난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습니다. 재난으로 인해 관광 사업이 타격을 받으면 지리산 산악열차는 적자 더미에 올라앉고 말 것입니다.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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