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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자광 <13>

기사승인 2022.01.06  0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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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에 백호를 만나다.

하라면 못할 것도 없었다.

‘뱀이 나오면 그 놈을 잡아 이 마당바위에 패대기를 치리라. 아침공양으로 잘 구워 부처님전에도 올리고 무형대사님께도 드릴까?’

자광이 바위 가운데 좌정을 하고 앉아 어머니가 틈만 나면 읊었던 반야심경을 외웠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심경...”

그러자 마음이 편안해 졌다. 꿈인 듯 생시인 듯 정령치를 넘어 온 피로도 없었고, 호랑이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뱀이 나와 한 입에 삼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없었다.

자광이 반야심경을 백 번 쯤 외웠을 때 산능선이 부옇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만 돌아가야겠구나.’

자광이 몸을 일으켜 마당바위를 내려왔다. 송림사 일주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산내 쪽으로 돌아섰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일을 알 만큼 아시는 무형대사라면 알아서 잘 짐작하리라 믿었다.

자광이 누른대 집 대문을 들어섰을 때는 식구들이 막 아침상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어머니가 ‘다녀오느냐?’하고 눈으로만 물었다.

안방 토방 앞으로 가서 나즉히 고했다.

“노마님, 다녀왔습니다. 서방님께서는 하루세끼 공양 잘 드시고, 글공부에 매진하고 계시니 걱정말라고 하셨습니다. 요즘은 코피도 자주 안 흘리신답니다.”

그러나 할머니 남씨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자광이 큰 사랑 앞으로 가서 흠하고 헛기침을 하자 안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자광이 왔느냐? 들어오너라.”

“예, 하오면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자광이 방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버지가 잠시 훑어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네 몸에서 이슬냄새가 나는구나. 한 데 잠을 잤더냐?”

“아닙니다.”

“글공부며 무술익히기는 잘 되고 있느냐?”

자광이 입을 다물고 가만히 아버지를 올려다 보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흉내는 내고 있지만, 그걸 곧이 곧대로 대답하기도 어려웠다. 아버지야 호부를 허용할 만큼 자광을 아끼고 있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아들노릇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대답을 하지 않아도 아버지는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자광은 짐작했다.

“아침을 먹고 다시 용담사에 다녀와야 겠구나. 내 달 스물사흩 날에 과거가 있으니, 정리하여 내려오라고 하거라.”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자광이 큰 사랑을 물러 나왔다.

어머니가 보고 있다가 손짓으로 불렀다.

부엌으로 들어가니, 자반고등어가 놓인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노릇노릇 구워진 자반고등어에는 젓가락 흔적이 있었다.

“어제 밤에 남원사또가 댕겨가셨구나. 안주로 구운 것인데, 젓가락을 대시다가 말았더구나.네가 잘 먹는 것이라 애껴두었다.”

“머슴 상에나 올리세요. 전 안 먹어요.”

어머니는 큰 사랑이나 할머니 남씨가 먹다 남긴 기름진 반찬들을 아들에게 먹이고 싶어했지만, 아들은 물린상의 남은 반찬은 그것이 비록 너비아니일지라도 돌아보지 않았다. 김치에 나물 두어가질 망정 온전히 저 하나를 위하여 차린 반찬만 먹었다.

“내 새끼 먹일 생각에 내가 또 실수를 했구나.”

어머니가 얼른 자반고등어를 들어 냈다.

“괜찮아요, 어무이.”

“어미가 자식을 하인취급을 했구나. 다시는 그러지 않으마. 자광아, 앞으로는 행동거지에 각별히 조심을 하거라. 남원 사람들이 너를 두고 말들이 많다고 하드라.”

“무슨 말들이요?”

“네가 서방님보다 글공부도 잘하고 무술도 뛰어나다고...네 출신만 미천하지 않으면 유씨 집안을 일으켜 세울 재목이라고...너허고 서방님하고 바뀌어서 태어났어야 헌다고, 말들이 많은개비드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요.”

“그러마, 그러마. 내 아들이 그러라면 그래야제.”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기가 비치는 걸 보며 자광은 가슴 한 쪽이 아렸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남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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