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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자광<7>

기사승인 2021.09.10  02: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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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에 백호를 만나다.

자광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허연 수염에 누더기 승복을 걸친 스님이 요놈, 요 괘씸한 놈, 하는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찌 그러십니까? 대사님. 얼자가 대학을 읽으면 안 된다는 법이 경국대전에라도 나와 있습니까?”

자광이 눈을 똑바로 뜨고 노려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허허, 그놈 참. 이놈아 경국대전에는 안 나와 있지만, 네깟 놈이 글을 읽어 어디에 써먹겠느냐? 글은 양반들이나 읽는 것이다. 얼자 주제에 대학을 읽어?”

“대사님, 저는 단 한번도 저 자신을 얼자라고 여긴 적이 없습니다.”

“얼자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얼자라고 여기지 않으면 저는 얼자가 아닌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 몸과 정신의 주인은 저이기 때문입니다.”

“네가 네 주인이다? 허긴 네 말이 맞구나. 그래, 대학을 뜻이나 알고 읽는 것이더냐?”

“알고 있습니다. 어찌 뜻도 모르면서 앵무새처럼 흉내만 내겠습니까?”

“허허, 그래? 허면 방금 네 놈이 읽은 대목 가운데서 지선은 무엇이더냐?”

“지선은 사람이 할 일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지극히 착하게 사는 법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더냐?”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제자는 스승을 공경하며, 백성은 국가에 충성하고, 사람이 은혜를 갚겠다는 보은의 마음을 품는 것이 지선입니다.”

“옳거니, 네 말이 맞구나. 지선을 행하려고 마음만 먹고 있으면 지선에 머무르는 참다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누더기 승복을 걸친 스님의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번졌다.

자광이 물었다.

“여긴 길도 아닌데, 대사님은 어떻게 길이 아닌 길로 오셨습니까?”

“네 놈이 나를 불렀지 않느냐?”

“제가요?”

“그래, 이놈아. 네 놈이 대학을 읽는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내 귀가 시끄러웠구나.”

“저는 다만 눈과 마음으로만 읽었는데요?”

“소리라는 것을 귀로만 듣는 것은 아니란다. 가끔은 마음으로 듣기도 하지. 이놈아, 네 형님이 기다리겠구나.”

그제서야 자광은 해찰이 길어졌음을 깨닫고 몸을 일으켰다.

“제가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

“그야, 내가 가는 곳이 아니더냐?”

“대사님께서도 용담사에 가십니까? 제가 두 해 동안 사흘이 멀다고 용담사에 다녔지만, 한번도 뵈온 적이 없습니다.”

“그야 네 놈이 눈을 감고 있을 때만 들락였으니까 못 볼 수 밖에. 천천히 오너라.”

스님이 성큼 걸음을 옮겼다.

자광이 따라나서는데, 서너 걸음 앞에서 멈춘 스님이 물었다.

“꿈이 무겁지는 않더냐?”

“제 꿈을 아십니까?”

“밤마다 백호가 찾아오지 않더냐?”

스님의 말에 자광이 흠칫 놀라 바라보았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남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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