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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누른대 출신, 조선조시대 충신 유자광<6>

기사승인 2021.09.10  02: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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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에 백호를 만나다.

아침마다 큼지막한 함지박을 가지고 나가 통발 속의 고기를 비워오기만 하면 되었다.

통발 속에는 철마다 다른 고기가 늘 가득찼다. 피라미는 사시사철 들어가는 고기였고, 뱀장어나 메기는 여름과 가을이 한철이었으며, 은어 역시 늦봄부터 가을까지가 제철이었다.

봄에 알을 낳으러 올라왔다가 가을에 바다로 내려가는 민물게는 가을에 많이 잡혔다. 그렇게 잡은 참게는 게장으로 만들어 일년내내 먹을 수 있었다.

통발 하나를 설치해 놓고 아침마다 함지박 가득 물고기를 비워내는 것을 보고 이웃 동네 사람들이 따라했다.

-자광이 저 놈이 보통 놈이 아니구먼. 물고기를 이리 쉽게 잡는 법을 어뜨케 알았을꼬?

-아, 글공부도 잘 한다고 허잖혀? 자황이 도련님이 읽으시는 책은 저 놈도 다 읽는다고 허등구먼.

-무술은 또 어떻고? 언젠가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눈에서 불이 번쩍이드라닝깨.

-활은 쏘면 백발백중이든디?

-말타기도 자황이보다 낫등구먼. 암튼지 별난 놈이여. 얼자만 아니면 벼슬을 살아도 큰 벼슬얼 살판인디, 아깝다, 아까워.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릴 때마다 자광은 두 주먹을 꽉 움켜 쥐었다.

‘내가 태어나기는 얼자로 태어났지만, 얼자로 살지는 않을 것이여. 자황이 형님보다 더 높은 벼슬을 살 것이구만. 나를 얼자라고 구박허던 할무이의 코럴 납작하게 맹글아 줄 것이구먼. 나럴 머슴취급허는 누님이나 누이들이 내 앞에 무릎 꿇고 사정허게 맹글 것이구먼.’

형 자황을 찾아 용담사에 갈 때면 새터 뒷산 소나무 아래 바위 뒤에 앉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용담사가 저만큼 보이는 새터 뒷산 바위 뒤에 앉으면 길을 가는 사람들한테 몸을 숨길 수 있어 좋았다.

그곳에 앉아 자황이 가져오라는 책이란 책은 다 읽었다. 그리고 자황이 다 읽었다며 집으로 가져다 두라는 책도 역시 그곳에서 한번 더 읽어 복습을 했다.

이번에는 대학이었다.

자황은 대학을 세 번짼가 네 번째 읽는 중이었다.

그것은 자광도 대학을 세 번인가 네 번을 읽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대학지도는 재명명덕하고 재신민하며 재지어선이니라.”

자광이 눈으로 대학의 3강령을 훑어보며 뜻을 새기고 있을 때였다.

“네 이놈, 가짠헌 놈같으니라고. 얼자 주제에 감히 대학을 읽어?”

눈앞에서 불이 번쩍하며 우렁찬 고함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다음호에 계속>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저작권자 © 남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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