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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소리 방송’ 라디오 인터뷰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기사승인 2020.10.19  0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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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효근 시인(대강중학교 국어교사)

 

 

 

 

 

 

 

 

시를 쓰기 위해선 많이 읽고, 쓰고, 외워야 돼요

 

 

 

 

 

진행자 막사발(양해석 의원)

 

▷오늘은 지역의 명사 인터뷰 시간인데요. 시인이자 현재 대강중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신 복효근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잠시 선생님의 이력을 살펴봤는데요. 전북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1991년 계간 시 전문지인 [시와 시학]으로 등단하여 1995년 제5회 편운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하셨고, 2000년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수상, 2015년에는 신석정문학상을 수상 하신 바 있으신데요. 언제 부터 시를 창작 하셨고 시를 좋아하게 되셨나요.

 

제가 시를 좋아하고 시를 써 보는 즉, 습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고요. 본래는 집안에 큰형이 화가였습니다. 그림을 그리시는 것을 어려서부터 보고 흉내 내서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또 제법 잘 그렸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고요.

그러다가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그림을 더 그려보고자 했으나 경제적인 뒷받침이 필요한데 그게 좀 어려웠습니다.

형편이 안 돼서 그때부터 소설도 많이 읽고 시를 또 많이 읽게 됐어요.

그러다보니까 시가 사람의 가슴을 울리고, 짠하게 때로는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시를 많이 쓰고 또 외우고 읽고 했었죠.

 

▷그러면 고등학교 때부터.

그렇습니다.

 

▷또 그림그리기도 솜씨가, 잘못했으면 화가도 될 뻔 하셨는데.

예. 화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대학 때는 한동안 그림도 그려봤습니다만, 아무래도 저는 시 쪽인 것 같아서 시를 계속 쓰게 됐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하나하나 볼 때마다 그림처럼 묘사하는 그런 걸 가끔 느낄 수 있었나 보네요. 선생님의 시는 화려한 미사여구로 가득찬 시보다 담백함과 때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언어를 통해 쉽게 읽혀지면서도 진한 감동과 삶의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아~! 이게 바로 역시 복효근 답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오기도 해요. 선생님만이 추구하고 계시는 시상의 세계가 궁금한데요.

 

흔히들 말하기를 소설은 엉덩이로 쓴다고 하고, 시는 발로 쓴다고 해요.

진득하게 앉아서 긴 시간 구상해야 하는 게 소설이라면, 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껴야 하는 것이라는 뜻이겠죠.

저는 발로 쓰는데 나아가서 온몸으로 쓰는 게 시라고 생각해요. 시나 쓰기보다는, 시만 쓰기보다는, 시도 쓰기보다는~ 손을 쓰고, 발을 쓰고, 몸을 쓰고, 무엇보다도 힘을 쓰고, 무릎 쓰고, 남은 힘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고, 가르치고, 사람만나고 하면서 이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연결하는 그리고 이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그런 시를 쓰고자 합니다.

저는 제가 쓰는 시학이라고 할까요? 이것을 '실사구시의 시학'이라고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실학사상에 실사구시의 '시'가 '올바른 시(是)'자라면 제가 말하는 시는 실사구시의 '시'는 바로 '시(詩)' 시를 가리키는, 실제 삶 속에서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삶을 안내하고 또 뒤에서 추동해주는 시를 써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시 세계가 실사구시.

예. 그렇습니다.

 

▷작가님의 시집으로는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미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목련꽃 브라자’, ‘마늘촛불’, ‘따뜻한 외면’, ‘꽃 아닌 것 없다’ 등 여러 편이 있구요.

또 2018년도에는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된 ‘고요한 저녁이 왔다’, ‘운동장 편지’, 그리고 ‘어느 대나무의 고백’이 있구요. 최근에는 ‘디카 시집’도 있더라고요.

맞습니다.

 

▷이런 다수의 시집을 내셨고 출간도 하셨는데,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도 있더라고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수필 1편을 포함해서, 시 7편이 중·고등학교 국어, 문학 교과서에 실려 있었고 또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교과서가 바뀌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시가 3편 있고, 중학교 교과서에 1편이 실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이 시 만큼은 꼭 외워서 오랫동안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굳이 꼭 기억해달라는 뜻은 아니고 한번쯤 의미를 되새겨보면 좋겠다는 시는 있습니다.

방금 교과서 말씀을 하셨는데,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버팀목에 대하여' 시가 있는데요. 이 시를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버팀목,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옆에 지지대를 세워주죠?

그걸 버팀목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삶에, 국민에 비유적으로 대입시켜 봤어요.

우리는 혼자 일어서고, 혼자 살아가고, 혼자 잘해서 성공하고, 혼자 잘해서 돈 벌고, 밥먹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부모, 형제 그리고 많은 이웃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에 빚을 지고 그들의 도움이 있어서 우리 삶이 가능한 것 아닌가~!

나무가 버팀목 때문에 쓰러지지 않고 크게 잘 자랄 수 있듯이 말이죠. 그래서 이 시를 권유하고 싶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나 시인을 지망하시는 분들이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우선 시를 쓰고자 한 사람은 그 어떤 다른 문학 장르보다도 시를 많이 읽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시를 많이 외웠으면 좋겠어요.

외우다보면 어떤 형식이 없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은 형식이 또 보입니다.

시에 시상을 어떻게 전개한다든지, 어떤 시어를 어떻게 구사한다든지 그 형식이 보이니까 시를 많이 읽고 또 많이 외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세상의 많은 일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을 면밀하게 보고, 듣고, 관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오래전부터 전해 오는 말이지만 많이 써봐야 됩니다. 많이 써보고 습작을 많이 하라는 뜻이겠죠.

또 시 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춤, 인접 예술도 많이 접하고 거기에서 또 발상도 얻고, 아이디어도 얻고, 그러다보면 내 시의 깊이와 넓이가 크게 확장되고 깊어지는 것이겠죠.

그리고 또한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독서를 통해서 꾸준히 그 에너지를 보충 받아야 됩니다. 많은 독서가 필요하죠. 그러니까 시만 잘 쓸 수가 없어요.

여러 가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보고, 듣는 게 필요합니다.

 

▷시를 물론 많이 그만큼 읽어야 되고, 외워야 되고 그만큼 습득을 해야 하지만 또 그것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이나 여러 분야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시인이(작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참여는 남다르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는데요. 요즘 특히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서 새로운 풍속과 함께 삶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작가님께서 봤을 때 코로나19로 인해서 향후에 우리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예측이 되며, 또 시 창작세계에서도 코로나19가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되세요?

 

글쎄요. 저는 미래학자가 아니라서 또 평론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코로나로 인한 위기상황이 인류의 그동안 잘못된 소비생활, 그리고 자연에 대한 홀대, 자연에 대한 폭력, 이것에서 다시 부메랑이 되어서 돌려받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시인예술가들과 함께 생태와 환경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아마 새로운 삶의 자세를 고민하고 글로 써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꼭 계몽적인 방법이나 내용이 아닐지라도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시, 전략을 바꿔서라도 생태,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그리고 우리 삶의 방식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노력들을 시인작가들이 해내지 않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제일 좋아하고 애정이 가는 시 한 편이 있으시다면 달빛소리 애청자분들께 직접 낭송해주시는 걸로 오늘 말씀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죠?

그러니까 제 시를 말씀하시죠?

 

▷그렇죠.

제 시 중에 안 좋은 게 없어요.(웃음)

 

▷그러니까요.(웃음)

다 들려드리고 싶은데, 앞에서 아까 '버팀목에 대하여' 잠깐 언급했잖아요. 그 시를 읽어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버팀목에 대하여>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굉장히 긴 여운이 남네요. 직접 시인의 육성으로 들으니까 더 울림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바쁜 시간 이렇게 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사람 초대한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원뉴스 news@namw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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